부동산 명의신탁이란 실제 소유자가 아닌 타인의 명의만 빌려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때 실질적인 소유자를 신탁자라고 하고, 명의만 제공한 사람을 수탁자라고 한다.
명의신탁 자체가 원칙적으로 무효인 것은 아니다. 민법이란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의욕한 바대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부동산 명의신탁은 무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탁자가 신탁자의 허락없이 신탁 받은 부동산을 처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형사적으로 횡령이란 배임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이번에는 형사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민사관계만을 설명하기로 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흔히 부동산실명법, 줄여서 부실법이라고 부르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1995년 3월 30일 제정되어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민법의 특별법이다. 부실법 제정 전까지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율하는 특별한 법령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부동산 명의신탁의 법률관계가 규율되어 왔다.
부실법은 명의신탁약정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한다. 또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도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다만, 종중과 부부 사이 등 몇 가지 특수한 경우에 예외를 두어 명의신탁을 인정한다.
부실법에 의해 무효가 되지 않는 명의신탁은 종전의 판례 이론에 따라 그대로 규율된다. 또한 부실법은 그 법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에 관해서만 적용된다. 부동산이 아닌 재산, 가령 자동차나 건설기계 따위는 명의신탁이 허용된다.
2자간 명의신탁
명의신탁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그 중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를 보자.
A라는 사람이 자기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A는 B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B에게 부동산의 명의를 넘겨준다. 이러한 방식을 2자간 명의신탁 혹은 등기명의신탁이라고 부른다.
부실법에 의해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2자간 명의신탁은 무효이다. "실제로는 A가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등기 명의만 B 앞으로 해두자"라고 A와 B가 약정하였더라고 이러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
명의신탁약정만 해두고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자. B가 A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다.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어떨까? 등기부 상에는 소유자가 B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는 무효이기 때문에 B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진정한 소유자는 A이다. 부동산의 소유자인 A은 자신의 부동산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다면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A가 B를 상대로 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수 있다.
3자간 명의신탁
3자간 명의신탁이란 A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그 명의를 B앞으로 해두는 것이다. 원래 소유자가 C라고 하면, A가 C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한 후 등기는 B앞으로 해달라고 하는 형태이다.
3자간 명의신탁에서 A와 C사이의 부동산 매매계약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A와 B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실법에 따라 무효이다. 또한 C에서 B로 이전된 등기 역시 무효이다.
이미 등기가 이전되어 등기부상에 B가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B는 진정한 소유자가 아니다. 무효인 등기이므로 말소되어야 할 등기이기 때문이다. B의 등기가 무효라면 소유자는 여전히 C이다. A는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다.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은 등기가 이루어져야 완료되기 때문이다.
C가 B를 상대로 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한다. A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매수인이다. A와 C사이의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A가 C에 대해서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존하기 위하여 C의 B에 대한 말소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도 있다. A가 C를 대신하여 B를 상대로 말소등기청구를 하는 것이다. A는 B의 등기를 말소시킨 후 다시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여 자기 앞으로 등기를 했을 때 비로소 부동산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계약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제 권리자가 아예 수탁자의 뒤로 숨는다는 점에서 앞의 두 경우와는 다르다.
A는 C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거래의 전면에 등장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어 B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B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다. B는 A의 부탁을 받고 C에게 가서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다. 물론 매입대금은 A가 제공한 돈이다.
이때 A와 B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역시 무효이다. 다만 문제되는 것은 C에서 B로 넘어간 등기의 효력이 어떤가 하는 점이다.
만약 이 경우에도 등기를 무효로 만들면 C 입장에서는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다. B에게 등기를 넘겨주고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원치 않은 소송에 휘말리게 되어 골머리를 썩히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실법인 이러한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부실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C가 부동산의 실제 매수자가 A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등기는 유효하다. 따라서 B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하지만 A와 B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여전히 무효이기 때문에 A는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 B가 A의 허락 없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려도 상관없다. B 자신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A는 C를 대위하여서 B에게 등기말소나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도 없다. 이 경우 A는 부동산의 매수대금으로 B에게 지급한 돈을 되돌려달라고 청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기 때문에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돈은 아무런 계약관계 없이 지급한 부당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C가 실제로는 A가 부동산의 매수인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는 3자간 명의신탁과 마찬가지로 C에서 B로 넘어간 등기를 무효가 된다. 3자간 명의신탁과 다른 점은 A가 C를 대위하여 B의 등기를 말소하고 A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와 C는 서로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A가 C와 다시 새로운 매매계약을 맺는다면 모를까 서로 아무런 계약이 없는데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는 없다.
C가 명의신탁 사실을 안 경우, A와 B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므로 A는 B에게 부당이득으로 매수대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또한 B는 C에게 매수대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B와 C사이의 매매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부실법에는 매매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등기를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은 애초에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계약으로 되어 무효가 된다. 결국 A는 B를 대위하여 C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는 매수인은 언제나 부동산을 유효하게 취득한다. 부실법 제4조 제3항은 부실법에 따른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나 등기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의 기재를 확인하고 등기부상의 소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고 믿고 부동산을 매수하였다면 등기부상의 소유자가 실제로는 명의수탁자였더라고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수탁자 측에서는 만일 등기가 무효라서 자신의 소유가 아닌 부동산을 매도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원래의 진정한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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